이 반가움에는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습니다.
과연 과거의 맴버들이 새로운 앨범으로 93년과 2018년을 아우를 수 있을까? 하는 질문과 90년대의 방식으로 오늘을 어떻게 이야기 할까?라는 질문이자 걱정입니다.
명확하게 들어나는 차이점은 이전의 앨범들보다 더 어두워졌으며 쫓기는 듯한 느낌이 강해졌습니다. 부정적인 의미는 아닙니다. 우아하면서도 지치지 않은 음악과 그 안에서 동시에 이루어지는 엄숙함과 예술적 신호들은 킴 딜의 존재를 부각시키며 개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의도적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앨범의 마지막곡으로 가까워질수록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기분이 들게 됩니다. 그 안에서 우리들에게 남겨지는 것은 혼자 분주하게 움직이는 리드 기타입니다. 그 소리만이 빈 공간을 채울 뿐입니다.
가사와 음악은 만나는 지점이 있습니다. 이 앨범에서 나타난 이미지들은 뮤직비디오와 같이 포괄적이며 추상적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화자가 행동하는 모습을 통해 어떠한 공통된 면을 주목할 수 있습니다.
제가 주목한 요소는 크게 세 가지 입니다. 각각의 곡들은 이 세 가지를 다 품기도 하며, 각각을 전문적으로 나타내기도 합니다. 이 세 가지는 불안함과 외로움, 그리고 순응입니다. 불안함은 이 앨범의 세계관에서 내제되어진 주제입니다. 앨범아트에서 확인 할 수 있듯이 완벽한 물체가 그려져 있지 않습니다. 조각 나있으며, 파편들은 어딘가 완전하지 않게 결속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안정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고정되어 있다는 느낌도 주는데 이는 순응의 분위기와 비슷할 것입니다. 내가 여기에 있으면 안되지만 어쩔 수 없이 구속되었을때 아무런 힘도 쓸 수가 없죠. 결국 그 상황에 순응하는 모습은 빨간색과 부서진 개체들과 선의 합에 의해서 구현되어 있습니다. 뒷면의 아트도 공통된 합은 없습니다. 불안정하면서 자꾸보면 조화로워 보이는 착각을 심어주기도 합니다.
불안함은 남들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감정이죠. 이러한 기본적인 표현은 첫번째 트랙 <Nervous Mary>에서 충분히 연주되고 있습니다. 메리는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대담해지길 원하지만 계속 쫓기며 초조해 합니다. 도망을 치고는 있지만 거리는 소란스럽고 끝내 도망칠 수 없게 됩니다. <Wait in the Car>에 와서는 통제당하는 화자는 어머니의 행동에 대해 불안을 느끼고 있으며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기력함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불안함은 위의 메리와는 다르게 도망갈 수 조차 없는 더욱 억압된 불안함으로 확장됩니다. 이는 뒤에 나올 외로움의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합니다. <All Nerve>는 불안함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하지만 외로움(내가 널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넌 몰라)과 벗어남(내가 얼마나 멀리 갈지 넌 모르지)의 대조점에서 나타나는 분열은 코러스에서 표현되고 두 가지 모습을 기대하게 만듭니다. 순응을 하거나, 행동을 하거나, 이 두 가지 입니다.
<MetaGoth>는 하나의 섬으로 느껴집니다. 화자는 그 누구도 올 수 없는 곳에 있는데, 스스로 침묵이다, 소리이다, 은이다, 은빛 잎이다, 그림자다라며 본인을 규정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장소에서는 외로움만 존재할 뿐입니다. 본인이 누군지 알려줄 사람조차 존재하지 않습니다.
<Space Woman> 역시 섬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멀리 떨어진 섬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목처럼 주인공은 우주인인데 화자는 우주인이 아닙니다. 우주인에게 물어보고 있는 구성입니다. 너는 우주에서 얼마나 외롭니? 이런 식으로 우주인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외롭다는 단어(I'm lonely too, How lonely does it feel?)는 직접적으로 등장했습니다. 서술된 방식도 이전의 곡들과 사뭇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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