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앨범이야기] "겨울의 종소리 지나 봄의 그날", 러블리즈(Lovelyz) : 《治癒 (치유)》 (뒷면)

문화예술

by HASHU 편집부 2019. 9. 8. 15:34

본문

治癒 (치유)


ⓒ 음악중심


다시 6개월 만에 돌아온 러블리즈는 치유(治愈)라는 타이틀로 돌아왔습니다. 아이돌 그룹이 잘 쓰지 않을 제목이기도 한 치유는 영어(아마도 'Heal')가 아닌 한자로 앨범 아트에 찍혀있는데 낯설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걸그룹보다는 포크나 인디 록을 하는 그룹에게 어울릴 듯한 타이들 단어는 나름 성공했다고 생각도 됩니다.

궁금함이 드는 제목을 선정했다는 것은 새로운 사람들이 궁금해서 들을 수 있을 확률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치유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는 러블리즈스러운 투명한 일렉트로닉 편곡을 통해 재해석됩니다. 가사로 보면 이 치유라는 느낌이 인트로와 타이틀에 한해서 존재하는가 하는 느낌도 받게 됩니다.

해석은 개개인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앨범의 통일성이나 연계성이 약해졌습니다. 이는 다양한 음악 스타일을 선보였던 2집의 구성과 유사함을 보입니다. 결국 아쉬운 점은 타이틀인 치유라는 단어를 살려내지 못했다는 점에 있을 겁니다.

청순함과 소녀스러움은 인트로와 타이틀 곡 <그날의 너>를 통해서 구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통된 특징은 바로 전의 타이틀 곡 <종소리> 멀리 <Ah-Choo>까지의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며 이전에 비해서는 힘이 빠지고 부드러워졌다는 차이를 쉽게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앨범에서 소개하고 있는 '성숙함'의 지점이 아닐까 하는데 듣는 사람에 따라 과연 그러한지는 이견이 있을 것 같습니다.

윤상은 이번에도 참여를 하지 않았는데 대신 과거 카라(KARA)의 작곡을 맡던 스윗튠(SWEETUNE)이 타이틀곡을 곡을 작사, 작곡을 했습니다. 이들이 예전의 <Pretty Girl(2008)>과 같은 곡을 만들긴 했지만 최근에는 힘을 빼서 음악을 주로 만들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볼 만합니다. 이러한 느낌이 <그날의 너>에서 묻어났다고 할 수 있는데, 의도했든 안 했든 윤상이 만들어 놓은 틀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겨울의 종소리 지나 봄의 그날



인트로인 <치유>와 <그날의 너>에서 향하고 있는 정서는 이별로 음악은 가볍고 산뜻한 분위기를 중심으로 연주되고 있습니다. 건반을 기본으로 작곡을 한 곡이기 때문에 음 하나하나에 강조를 하고 있는데, 보컬에서는 가사를 매력적으로 들리게 하는 요소로 적용됩니다.

기존의 타이틀곡에 비하면 유순해진 느낌도 있는데 이번 앨범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곡으로 보입니다. 약하게 시작하는 벌스들과 이후의 반복되는 마디를 강조하는 코러스는 나름 극적인 느낌을 유도했다고 들려질 수도 있죠. 하지만 이는 정형화된 구조로 대부분의 대중음악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결국 느낌은 괜찮지만 뭔가 부족한 타이틀곡으로 들리는 계기를 마련합니다.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미묘미묘해>와 <SHINING★STAR>에서는 청량함과 상큼함을 마음껏 뽐내는데 <그날의 너>와 분명하게 대비되는 곡들입니다. 걸그룹의 업템포의 곡들은 설렘과 떨림을 노래하는데 러블리즈도 이러한 정형적인 틀을 사용합니다. <Temptation>과 <수채화>는 감성적인 곡입니다. <Temptation>의 랩과 <수채화>의 발라드는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다는 능력을 과시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각각의 곡들은 하나의 싱글로 매력들 지니고 있습니다.

<그날의 너> 교차편집 Stage Mix


하지만 개별의 곡들이 하나 앨범으로 묶을 수 있는지의 여부는 생각해 볼만 합니다. 다양한 작곡가들을 데려와서 앨범을 구성하는 것은 좋습니다. 청순이라는 단어, 치유라는 단어가 한 가지 이미지로 국한될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각자가 각자의 이야기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중심을 관통하는 이미지가 희미해져 버립니다. 캐릭터만 있고 내용이 없다면 평가기준이 참 모호해집니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따로 노는 것은 아니고 각각의 곡들의 공통된 부분은 분명히 있습니다(전체적으로 깔린 일렉트로닉 기반 사운드, 보컬 스타일)]

기존의 노선은 벗어나지 않으면서 코러스 부분의 톡 튀는 가사(코 끝에서 화, 입안에선 후)와 개성(보컬)은 나름 그들만의 싸인이라고 해도 상관없을 겁니다. 전반적으로 청량한 느낌을 유지하려고 했으며 대부분의 앨범에서 그랬듯이 크게 질이 떨어지는 수록곡이 없다는 점에서 이전의 앨범들과 유사한 맥락을 취합니다.

결국 이러한 비슷한 감상들의 누적은 기존의 인지도를 유지할 수 있을지 몰라도 '나쁘지는 않다'는 평균적인 결과를 넘어서기는 힘듭니다. 결국 만족하는 것도, 아쉬운 것도 언제나 팬들의 몫입니다.

수채화처럼 맘에 그대가 번져요
좋아해요 영원히 내 곁에 머물러줘요

앨범 수록곡 중 <수채화> 코러스 가사에서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