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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노력 하나 얹고 노오력 하나 더! 청춘들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세상

오피니언

by 대학매거진 영글 2019. 9. 7.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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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오력이 필요해


노력이란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 몸과 마음으로 힘쓰는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우리가 노력하는 이유는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함이다. 그런데 만약에 그 일을 이루고 싶어 하는 사람이 나 말고도 매우 많아진다면 어떨까?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생각해보자. 공급보다 수요가 초과하게 되면 공급자는 가격을 높이게 된다.

대학졸업장은 넘쳐나는데 그 졸업장을 받아줄 곳은 한정되어 있다.

취준생의 인력은 넘쳐나지만 그 인원들을 받아줄 기업은 한정적이고 오히려 경기 둔화로 줄어들고 있다.

이런 현상을 경제적으론 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인플레이션이 닥쳤을 때, 원하는 소비재를 구하기 어렵듯 우리는 노력으론 원하는 것을 얻긴 힘들 것이다. 이제는 노력 이상의 노오력이 필요한 시대인 것이다.

우리 모두 아는 신데렐라 동화를 한번 읽어보자.


옛날, 옛날에 어여쁜 소녀 신데렐라가 살고 있었답니다. 

그녀는 알바 사장의 횡포와 진상 고객의 모진 괴롭힘 속에서도 꿋꿋이 견뎌내며 희망을 잃지 않는 긍정적인 아이였답니다. 그녀는 열심히 일하면서 노력하면, 웃을 날이 꼭 올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어요. 그녀의 꿈은 모든 마을 사람들이 그러듯 멋진 대기업의 궁전에 들어가는 것이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신데렐라가 사는 마을에 대기업 공채시험이 열리게 되었답니다.

많은 청년들이 예쁘장하게 스펙을 꾸미며 시험을 보러 갔지만 어이쿠 저런! 신데렐라는 여기 저기 알바만 하느라 예쁜 스펙을 준비하지 못했답니다. 불쌍한 신데렐라! 게다가 사장님은 자기 아들이 오늘 공채시험 보러 가야한다고 신데렐라에게 가게를 맡기고 먼저 퇴근 해버리는 바람에 신데렐라는 홀로 가게에 남아 눈물을 훌쩍이며 바닥을 닦고 있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던 그때! 누군가가 신데렐라에게 말을 건네는 게 아니겠어요?

-여러분! 자신의 손에 쥔 것을 놓지 않으면 더 좋은 것을 잡을 수 없습니다. 도전하십시오! 꿈을 꾸고 노력하십시오!

신데렐라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보니 사장님이 틀어놨던 TV에서 어떤 중년의 남성이 강연을 하고 있었답니다. 비록 TV속에서였지만 그는 마치 마법사처럼 그녀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고, 그녀에게 꿈을 불어 넣어 버렸답니다.

신데렐라는 그 날 가게를 뛰쳐나와 공채시험을 보러 갔어요. 그녀는 자신이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왔고 오늘은 그 보상을 받아야겠다고 결심했답니다. 그날따라 햇살은 눈부시게 아름다웠고 머리 위로 날아가는 새들도 그녀를 축복하는 것만 같았어요.

어쩌면 신데렐라는 그 날 자소서에 그녀의 이름을 빠트리고 제출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어쩌면 아직 어디선가 왕자님은 아직도 그 자소서에 꼭 맞는 이름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났을지도 모르지요. 신데렐라는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았고 어른들의 말씀도 잘 지키면서 살았거든요. 그녀가 떨어질 이유는 없었어요! 

불쌍한 신데렐라.

그러나 그녀는 지금 다시 가게에 앉아 있답니다. 자소서를 내기 위해 무단결근을 했기에 페널티도 무지하게 받았지만 그래도 그녀는 희망을 잃지 않고 살고 있답니다. 왜냐하면 그녀는 오늘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죠.

불쌍한 신데렐라. 그저 열심히 노력한 죄밖에 없는걸.


신데렐라 동화의 결말은 이래야 했다.

생각해보자. 신데렐라가 흘리고 간 유리구두에 맞는 발 사이즈가 그 넓은 마을에 정말 신데렐라 한 사람 뿐이었을까? 그 마을에 신데렐라처럼 마음씨 착하고 예쁘고 그래서 안타까운 사람이 오직 신데렐라 한명 뿐이었을까? 그래, 뭐 옛날에는 그랬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자. 그렇다 해도 오늘은 절대 그렇진 않을 것이다.

신데렐라가 멋진 커리어우먼이 될 순 없었을까? 아니면 열심히 바닥 닦던 노하우로 집안 클리닝 센터를 창업할 순 없었을까? 당연하겠지만 그런 엔딩을 우린 신데렐라에게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신데렐라 동화는 오직 좋은 왕자님을 만나서 결혼하는 것이 성공의 목표라고 아이들에게 교육하는 게 목표였을 테니 말이다.

오늘 우린 어떤가. 우리 또한 어렸을 때부터 신데렐라 동화의 꿈속에서 살아오진 않았나?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면 행복해질 거라고 배워오지 않았나? 착하고 좋은 마음씨를 가지고 노력하면 언젠간 멋진 왕자님이 찾아와서 아름다운 궁전으로 데려가 줄 것이라고 배워오고 있진 않았나?

그래서 결과는 어땠는지. 노력해서 힘들게 대학에 들어갔더니 또다시 열심히 공부하라 한다. 그뿐이던가!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더니 나라사랑 동기사랑을 시전 해야 하고, 그와 동시에 사회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경험과 토익까지 이것저것 다 챙겨야 한다. 그렇게 찾아온 졸업 날.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가 그렇게 졸업을 했다. 모두가 다시 출발 선상에 놓여 있다. 마음은 지치고 힘든데 어른들은 다시 말한다.

이번만 노력하면 잘 될 거야. 조금만 더 힘을 내!’

어른들은 우리에게 부단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이 말이 위험한 이유는 모든 실패의 원인을 개인에게 돌려버린다는 것에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성취 못했기에 그 과정을 노력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개인에게 학습된 무기력을 선사하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사람은 외부에 대한 분노가 있을 땐 어떠한 형식으로든 무력을 행사하지만 개인에 대한 분노가 있을 땐 자신에게 무력을 행사하게 되고 그것이 극단적으로 나타났을 때 자살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노력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이 사회에서 더 이상 신데렐라 동화의 꿈을 가르쳐서는 안 된다. 하나의 획일적 목표를 제시하는 사회는 더 이상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대학 입학률은 70%인데 대학졸업장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는 40%. 이런 기형적인 교육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무엇인가. 대학 졸업장이 필요한 환경은 무시한 채 오직 한 방향의 목표를 제시하고 그 목표를 따르지 않는 학생들은 열등생으로 만들어온 사회의 문제 아닌가?

어느 강사가 TV서 이런 말을 했다.

부잣집의 경우 목표 방향을 바꾸는데 비용이 적게 든다. 대학교육 까지 마치게 하고서도 이 길이 아닌 것 같으면 막말로 그냥 10억 주고서 사업을 시작하게 해도 된다. 그러나 보통의 집에선 방향 전환이 쉽지 않다. 힘들게 벌어 온 돈을 교육비로 다 투자했지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도 잘사는 사람은 더 잘 살고, 못사는 사람은 더 못살게 된다.”

로켓이 제한된 연료로 목적지 까지 가기위해선 정확한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 이처럼 개인도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고 방향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 대한민국의 시스템은 일단 뛰게 만든다. 모두 다 한 방향으로 뛰게 만든다. 그리고서 결승점에 거의 다 도착했을 때 원하는 것을 찾아 가라고 말한다. 이것이 우리가 노력해도 안 되는 이유다. 방향 설정 없이 무작정 뛰게 만드는 사회. 선생님은 없고 어른들만 가득 찬 사회.

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어른들은 노력을 계속 강조하지만 우리가 반발하는 것은 무책임한 그들의 말이다. 이는 마치 성공한 사람의 책 한권을 들이밀고서 이대로 하면 성공한다고 하는 것과 같은 말이다. 우리는 지나가는 어른에게 꼰대라 하지 않는다. 힘들어 죽겠어서 잠시 쉬고 있는 사람에게 와서 이야. 나도 그 힘든 느낌 알지. 엄청 힘들잖아? 근데 내 때는 그것보다 더 힘들었어.’ 라는 사람들에게 꼰대라 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내가 사는 곳이 설령 정말 헬조선이라 해도 어쩔 수 없는 내 인생이다. 우린 힘들어도 다시 발버둥 치고, 오늘은 화내고 포기하고 싶다가도 내일 되면 다시 세수를 하고 나갈 준비를 하게 될 것이다. 그런 우리들이 듣고 싶은 말은 아직 너흰 노력이 부족해.’가 아니다. 그렇다고 어른들이 못나서 미안하다란 그런 거창한 사과도 아니다. 그저 너무 힘들어 지쳐있을 때 다가와서 잠시 그늘이 되어줄 진정한 어른이 필요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오늘도 수고했고, 고생했을 우리 모두를 위해 한 소설책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문장으로 글을 마칠까한다. 이 글로 그대의 늦은 밤잠을 위로할 수 있기를.

그리하여 우리는 조류를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가면서도 앞으로 앞으로 전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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