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은 본인이 하는 일이 즐겁다면, 질과 완성도에는 크게 관여하지 않고 작품들을 만들어냅니다. 본인이 신나서 작품을 만들고 있다는 말인데, 작가 입장에서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글을 쓸 수 있는 상태일지도 모르지만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아야 좋을지 힘들 수 도 있습니다.
잭 화이트의 세 번째 솔로 앨범 《Boarding House Reach》의 경우도 혼자 신나서 만든 앨범처럼 들립니다. 앨범 아트는 보기만 해도 이런 기질이 넘쳐날 것만 같습니다. 음악으로 들어가 봐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다소 거칠고 어딘가 다듬어지지 않은 투박함은 이런 느낌의 원초적 제공자가 되기도 합니다. 사운드의 괴기함은 분명히 지루함을 잡아먹습니다. 이는 이 앨범의 특징 중에서 가장 성공한 장점일 겁니다.
게다가 무작위적으로 나열된 곡들은 공통된 합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뭔가 '실업적'이라는 있어 보이는 단어와 어울리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가 20년간 보여준 정체성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순간일 수도 있습니다.
가장 돋보이는 지점은 이 앨범을 마무리하는 두 곡입니다. 12, 13번 트랙에 해당하는 곡들은 이전의 트랙들과 다르게 잔잔하며 실험적인 느낌을 최대한 배제하려고 했습니다. 시시하다고 할 수 있지만 가장 정상적인 곡을 배치함으로써 정석적인 면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정신 사납게 몰려오는 이전의 특성들을 마치 정화라도 시켜주는 듯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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