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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이야기] "궤도 바꾸기와 부작용", The Decembrists : 《I'll Be Your Girl》 (하)

문화예술

by HASHU 편집부 2019. 9. 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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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트랙의 절반은 쓸만한 싱글(개별적인 곡)들을 만들어내지만, 공통된 합이 없는 스타일은 결국에 불균형하고 일관성 없는 앨범이 됩니다.

And while half of the tracks here would make for decent singles, the hodgepodge of styles ultimately results in an unbalanced and disjointed album.

─ Album Review by Finbarr Bermingham,「The Skinny」


궤도 바꾸기와 부작용



사실상 2018년 발매한 신보 《I'll Be Your Girl》도 양분화되는 입장들이 열띤 토론을 하는 광장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럼에도 뿌리를 놓치지 않으려는 시도는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 앨범부터 지금까지 이어온 서사시적 감성은 아이들을 잡아먹는 이야기를 담은 <Rusalka, Rusalka / Wild Rushes>라는 8분짜리 곡에서 이어받고 있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리고 때론 강하게 내리 칠 줄 하는 느낌은 <Your Ghost>가 짧게나마 구현하고 있습니다. 풍자적인 요소들도 <We All Die Young>와 <Everything is Awful>를 통해서 전달해주고 있습니다. 같은 목적을 갖고 있음에도 두 곡의 지점은 상이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가사적인 효과와 음악에서는 <We All Die Young>이 훨씬 기괴하고 생동함 있게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반면 프로듀서로 참여한 존 콩글턴[John Congleton/ 슈 슈(Xiu Xiu), 세인트 빈센트(St. Vincent)와 같이 작업을 했다]은 최신 팝의 느낌을 가져오려는 실험을 도왔습니다. 그들이 과거에서 머무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싶다는 것을 단편적으로 알려줍니다. 이러한 특징이 적절하게 묻어나고 있는 곡은 <Severed>, <Starwatcher>, <We All Die Young>인데 본래 밴드가 가지고 있는 특징을 버리고 새로운 음악 실험성에 주목하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대중적이면서도 여유 있는 트랙들도 보입니다. <Once In My Life>과 <Cutting Stone>입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트랙으로 배치된 만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 같지만 이 두 곡은 스스로 공허하게 들려집니다. <Once In My Life>이 들려주는 곡의 형식이나 가사는 수많은 인디 록 밴드들의 느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과연 개성적으로 다가오는가라는 질문에서도 의문을 만들게 만듭니다. '듣기 좋았다'에서 곡은 바로 잊힙니다.

<Cutting Stone>역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이전 앨범의 하위 트랙들보다 귀를 사로잡는 멜로디가 덜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훌륭하게 신시사이저 소리와 드럼을 조합했으며 이를 덤덤하게 풀어냈다는 면에서 밴드의 곡들 중에서 제일 세련됐다고 표현해도 될 것입니다. 이러한 조화는 콜린 멜로이의 야망에 어느 정도 부합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앨범이 하나의 묶음으로써 잘 작용했는가는 의문입니다.

각각의 곡들은 따로 존재하는 것 같으며 앨범 아트처럼 여러 색깔들이 자신 만의 색을 뽐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개성을 확고히 했는가와 개성을 잃었는가도 어정쩡한 지점에서 표류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개별적인 곡들이 모두 좋은 것도 아니라 흔히 이야기하는 훌륭한 앨범과는 거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의 치밀한 앨범들에 비해서 여유가 늘어난 것은 눈에 띄는 변화입니다. 이게 단지 바라보는 방향이 바꿨기 때문에 느렇게 느껴지는지는 필히 다음 앨범에서 가서 증명이 될 것입니다. 대조되는 평가는 여기서 어떤 점을 더 보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밴드나 저에게 아쉬운 앨범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해결할 수 없는 아쉬움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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