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길, 혁준, 진권은 무언가 결핍되어 있다.
결핍되지 않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느냐만. 그들의 결핍은 공통점이 있다. 충길의 경우. 아버지와 산다. 어머니와 누나는 없다. 영화에서 거론되지만 등장하지는 않는다. 혁준은 누나와 형만 있지 부모님에 대한 묘사는 전무하다. 진권은 어머니가 외국인이며 아버지가 없다. 이들의 결핍은 서로를 보완해준다. 혁준은 부모가 묘사되지 않지만, 형제자매가 있고 충길은 형제자매가 없지만, 아버지가 있고 직권은 아버지가 없지만 어머니가 있다. 가족 내의 결핍에서 셋은 상호보완적인 관계이다.
그래서 그들은 레슬링을 한다.
좋아서 하기도 하고 이것밖에 없어서 하기도 하고 포기하기 싫어서 하기도 한다. 그들이 레슬링을 대하는 태도는 마치 그들이 가족을 대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실제로 셋이 레슬링을 할 때 그들은 가족이 된다. 그들은 같은 지붕 아래서 자고 같은 침대에서 같은 이불을 쓴다. 이들의 실제 가족조차 이렇게 산다고 표현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 사람들이 가족이 아니라면 무엇이 가족일 수 있을까.
게다가 셋이 나누는 대화의 톤이나 온도가 가족에게 대하는 태도와 다르지 않다. 그런 점에서 보면 혁준은 두 부모 사이에 갈팡질팡하는 아이와 같은 위치를 지키고 있다. 블랙타이거와 레슬링 동아리가 두 개의 준거집단이 혁준에게는 가족과 비슷한 층위를 제공한다.
블랙타이거 멤버들끼리 분식점에서 싸울 때 가게 주인이 와서 경찰서에 가게 된다. 혁준의 형인 혁재가 그토록 난동을 피우는 것은 혁준을 뺏기지 않으려는 몸부림이다. 혁준을 그대로 둔다면 혁재와 혁준은 연결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석재는 결핍되기에 난동을 피우게 된다. 인물들의 행동은 꿈이나 희망 같은 긍정적인 것으로는 움직이지 않는다. 트라우마와 결핍으로 행동한다. 그렇게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햇빛이 아니라 달빛이다.
하지만 여기서 다른 것이 있다.
혁준이 레슬링부에 맛보기로 있을 때, 지혜가 먹을 것을 들고 방문한다. 그때 혁준은 지혜에게 반하게 되는 것인데 이것은 꿈이나 희망 같은 긍정적인 이유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굳이 레슬링부에 들어오지 않아도 가능한 것이다. 그가 부에 들어오게 된 것은 손님이 자신의 뒷말을 하고 그로 인한 누나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다. 그리고 지혜가 일하는 곳을 방문하여 커피를 사준 것도 충길과 지혜가 가까이 지내다가 충길과 이어질까 봐 불안해서 한 것이다. 이것은 진권의 쥐약 소동 때, 지혜와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 수 있다.
혁준과 블랙타이거 멤버와의 불화도 불안 때문에 발생한다. 블랙타이거는 혁준이 나가는 것에 대해 불안해한다. 그래서 혁준을 회유한다. 그렇지만 회유하는 수단도 당근이 아닌 채찍을 사용한다. 지혜의 피부색을 놀리고 선배의 이름을 말하면서 혁준에게 오지 않으면 좋지 않을 것이라고 협박을 한다.
영화의 시작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풍고 레슬링 동아리는 폐부의 위기에 처했다. 그 전에는 오히려 레슬링부가 더 활발히 운영되었을 것이다. 정작 영화는 그것에 관심이 없다. 폐부에 놓인 그들이 어떻게 폐부에 대처하는가에 대한 행동에만 관심이 있다.
마지막은 첫 장면과 대비된다. 충길은 방문을 열고 아버지에게 다녀온다는 식으로 말한다. 아버지는 자고 있었을 것이다. 충길이 이제 타인의 잠을 깨우는, 꿈을 깨는 역할이 된 것이다. 실제로 그는 져서 자신의 꿈을 깨지게 했다. 다만, 그것은 충길의 잠을 깨우는 학교에서 자신의 잠을 깨우는 사람과 같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여기서 타인이란 것은 커리큘럼과도 같다.
방학이란 학교의 커리큘럼 상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이고, 체육관을 폐지하는 것, 역시 시(市)의 방침상 당연하다. 3명도 유지하지 못하는 체육관이 시의 세금으로 운영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방학이란 체육관의 폐지와 같은 것이라면 충길은 지금 레슬링의 방학을 맞은 것이다. 하지만 방학이란 영원하지 않다. 그의 시작과 마지막이 같듯이 그의 삶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해가 뜨고 지듯이 달도 뜨고 진다. 그런 흐름 안에서 충길은 부서질 것이고 다시 건축될 것이다.
여기서 달빛이란 인물들을 움직이는 동기이자 그 인물들을 제외한 다른 인물들의 행동을 막는 동기이기도 하다. 햇빛은 레슬링 부를 폐지할 것이다. 그것이 유익하니까. 그건 레슬링 부원들 모두 아는 일이다. 그들도 그들이 무엇인가를 이길 수 있다고 다음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살면서 묫자리 생각만으로 사는 사람은 없듯 그들도 폐부 될 것만 생각하며 레슬링을 하지는 않는다. 내일 해가 뜨는 것이, 달이 뜨는 것이 무엇이 중한가? 오늘 뜬 달에 흔들리면 흔들리는 것이다.
글 박한
편집 진누리, 노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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