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인물들도 골목을 벗어나지 못한다.
나갔지만 다시 돌아오고 만다. 카메라는 골목 밖을 나가지 않는다. 마치 풀잎처럼 자신의 준거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풀잎의 시선은 온도를 잃었다. 그 시선은 색을 잃었다. 그렇기에 되찾으려고 한다. 여기 인물들을 무엇인가를 잃었다.
아름은 사랑에 대해 장광설을 늘어놓고 경수는 같잖은 수작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의 동기는 그들의 과거에 대해 호기심을 불러오게 한다. 인물들이 입으로 지나치거나 혹은 이상하다고 표현되는 행동은 그러할 만한 과거를 짐작하게 한다.
하지만 과거는 묘사되지 않는다. 과거는 나이테와 같다. 설터의 말을 빌리자면 나무에 있는 나이테처럼, 삶은 흉터로 나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무가 나이테를 드러내지 않듯 삶은 흉터를 드러내지 않는다.
결말에서야 그들은 한 곳으로 모인다.
좋지는 않지만 부대낀다. 그들이 한곳으로 모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곳밖에는 있을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살아있기 때문이다. 사는 이상 삶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들은 살아있기에 만날 것이고 살아있기에 다시 헤어질 것이다. 삶을 벗어나기도 할 것이고 삶을 파괴하기도 할 것이다. 저주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다.
어쩔 수 없는 것은 모든 일 중에서 가장 슬프다.
그래도 살아있는 사람에게는 삶이 최고이기에. 그것 외에는 할 것이 없기에. 산다.
글 박한
편집 진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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