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게이즈(Blackgaze)라는 장르에 관심이 많다면 작년의 데프헤븐(Deafheaven)의 《Ordinary Corrupt Human Love》라는 앨범이 기억날 것이다. 데프헤븐은 어렵게 생긴 블랙게이즈라는 장르를 조금 더 쉽고 서정적으로 접근했다.
포스트 록과 포스트 메탈과의 접점을 찾았고 그 안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멜로디를 집어넣었다. 보컬은 여전히 메탈에 뿌리를 두었기에 일반적으로 듣기에는 어려운 난이도를 보였지만(?) 멜로디나 악기 사운드에서는 듣기 좋은 연출을 가져왔다. 당연히 위의 앨범은 높은 평가를 받아냈다.
하지만 데프헤븐과 같은 블랙게이즈를 따라 하는 밴드는 극소수였다. 블랙게이즈라는 장르도 애당초 생소하고 마이너하다. 아무리 최근에 비평적으로 재미난 장르라고 해도 따라 하기 어려우면 자연스럽게 신인이 나오기 어려운 환경이 된다.
2019년은 블랙게이즈보다는 다크 앰비언트와 포스트 펑크, 노이지 록이 우세를 점하게 되었다. 블랙게이즈의 일종의 혼란함은 노이즈 록과 포스트 펑크가 채워주긴 했지만 그 투박함이 박진감 있는 연주나 분위기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진 못했다. 이 빈칸을 그래도 채워주는 밴드가 등장했다. 신기하게도 영국도 미국도 아닌 우크라이나에서 말이다.
장르: Blackgaze, Dark Jazz, Post-Metal
발매일: 2019년 9월 20일
기획사: Debemur Morti
단위: 정규앨범(LP)
러닝타임: 67:04
우크라이나 출신의 밴드 White Ward는 2017년에 데뷔한 3년 차 밴드이다.
이들의 음악은 데프헤븐과 같은(Lantlôs, Woods of Desolation 등) 블랙게이즈 밴드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따라서 겉핥기 식으로 앨범을 들어보면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존 블랙게이즈 밴드들이 흉내 내지 못하는 창조적인 조합들이 숨어있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다크 재즈가 결합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블랙게이즈와 재즈의 결합은 2017년 데뷔 앨범부터 시도되었던 실험이었다.
이번 앨범은 이러한 다크 재즈의 요소가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첫 번째 트랙 <Love Exchange Failure>나 <No Cure for Pain>은 무엇보다도 이게 블랙게이즈인지 재즈앨범인지 구분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새로운 방향성은 이전에 보기 힘들었던 발전적 음악을 보여준다. 비교적 느린 전개에 지루함을 느낄 수 있으나 많은 실험과 융합을 통해 무너지지 않을 사운드를 만들고 있다.
마지막 트랙 <Uncanny Delusions>는 어떻게 보면 밴드의 장르 융합의 복합체이기도 하다. 이 곡에서는 많은 냄새가 난다. 포스트 록에 기반한 분위기는 포스트 메탈과 연결점으로 작용하고 곡 후반부부터는 재즈와 내레이션을 사용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냄새가 다음 앨범의 완성도에 영향을 준다면 어떤 음악이 나타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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