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다면 길었고, 짧았다면 짧았을 방학을 마치고 우리는 2학기라는 여정을 앞두고 있다.
저번 학기 우수한 성적을 받았던 사람은 이번 학기에도 좋았던 흐름을 이어가고 싶을 것이고, 그렇지 못했던 사람들은 이번 학기는 여느 때와는 조금 다른 한 학기를 만들고자 할 것이다.
그런가 하면 연초에 세웠던 계획을 하나하나 지켜나가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반복되는 작심삼일 앞에 이번 학기도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을 거라는 불안감이 엄습해 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한때는 너무나도 간절히 바랐던 것이 있다.
바로 ‘대학생’이라는 지금의 위치이다. 고등학교 때 당신이 어떤 삶을 살고 있었는지 곰곰이 더듬어보자.
그럼으로써 지금의 대학생으로서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천천히 되돌아보자.
고등학교에 들어섰을 때 당신은 아마 누구보다도 큰 꿈을 가슴 속에 품고 있었겠지.
대학교에서 어여쁜 연인과 함께 캠퍼스를 누비고 있을, 친구들과 하루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술과 함께 달래고 있을 자신을 매순간 떠올렸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당신은 매 수업 시간마다 무겁게 내려앉는 눈꺼풀을 애써 일으켜 세웠고, 어떤 날은 밤잠 설치며 공부를 하다가 그대로 책상 위에서 동이 트는 것을 보고 있는 자신이 뿌듯했으며, 또 다른 날은 책을 펴자마자 잠들어버린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하여 낙담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오지 않을 것 같았던 고3이라는 시간이 다가왔을 것이다. 어릴 때는 그저 먼 나라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을 바로 그 시간. 학기 초가 되었고, 선생님은 학생들을 한 명씩 교무실로 불렀었다. 2년 동안의 모의고사 성적표와 내신 성적표 그리고 생활기록부. 그 옆에는 굵직한 대학 배치표가 자리 잡고 있었다.
‘너는 이 학교를 가겠구나.’
‘넌 어디 이 성적으로 대학이나 가겠니.’
선생님의 그 한마디에 상처를 받았겠지. 1년 뒤의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문득 불안감이 앞섰을 것이다. 한 달 간격으로 쉴 새 없이 몰아치던 모의고사와 내신 시험. 떨어지느냐 올라가느냐. 성적표에 적혀 있는 숫자가 마치 나의 인생을 결정짓는다고 생각했었을 지도 모르겠다.
방학 또한 예년과는 다르게 다가왔겠지. 대입에서 여름방학은 마지막 역전 기회라던 학원 강사 분들과, 학교 선생님들의 말씀. 9월 모의고사 이후 다가올 수시에 앞서 방학동안 자신이 고등학교에서 어떻게 생활하였는지 쭉 간추려 보았을 것이다. 자기소개서가 나에게 던져준 4개의 항목 중 단 한 개도 선뜻 써내려 갈 수 없는 내 자신을 보았고, 그와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었겠지.
‘나는 3년 동안 정말 알찬 고등학교 생활을 보내왔다고 생각했는데, 어떠한 것도 생각나지 않는다는 말인가.’
공부를 잘했던 학생들은 어느새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은 화려한 수상경력과 함께 봉사활동, 동아리 등의 대외 활동 또한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다. ‘그들에게 입시는 과연 나처럼 험난한 것인가?’하며 치밀어 오르는 박탈감에 몸서리치던 때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치열한 고민을 끝내고 나면 어느새 ‘수시’라는 관문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는 어느 대학을 가야 할지 그 긴 고민의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가 왔다. 내신 성적도 남들에게 내세우기에는 너무나 미약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학교생활도 남들에 비해 열심히 해냈다고 말할 자신이 없었을 것이다.
정보도 부족했고, 지원할 수 있는 학교도 한정되어 있었다. 학교 선생님들께 내가 가고 싶다는 학교를 말씀드리면 단칼에 안 된다는 답이 돌아왔을 것이다. 그 때 내 안에 자리 잡았던, 작지만 간절했던 꿈들이 조금씩 무너져 내리는 것을 느꼈겠지.
어렵사리 수시를 치러내고 나면, ‘수능’이라는 거대한 장벽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이미 수시 지원을 하면서, 내 앞에 놓여있던 ‘대학 입시’가 끝난 것 마냥 느껴졌을 지도 모른다. 내 안의 모든 것을 그 안에 쏟아냈기 때문에. 어렵사리 책을 펴고, 연필을 잡아도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심지어 헛된 희망마저 꾸게 된다. 수시에서 대학 하나쯤은 붙겠지. 그래서 수능을 치르지 않고도 대학에 발을 들일 수 있게 되겠지. 그러다가 어느새 남은 시간은 한 달 남짓. 우리 학교를 나오신 선배님들과, 학교 선생님들이 차례로 교실을 돌며 수능을 잘 보라는 무언의 압박을 주고 가신다.
심지어 학부모님들은 수능 대박을 기원한다며 찹쌀떡까지 선물로 건네신다. 그 순간 희망의 불씨가 작게나마 가슴 속에서 다시 한 번 타올랐을 것이다.
나는 해낼 것이다.
드디어 11월 17일 당일. 정말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날이 당신에게 다가왔다. 어릴 때 나의 인생이 결정리라고 믿었던 바로 그 날. 교문에는 수능 대박을 외치는 많은 학생들이, 합격 기원 주전부리를 건넸다. 그리고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꼭 껴안아 주셨다. 교실에 들어가니 적막이 감돌았고 앉아서 굳은 다짐을 하였을 것이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해낼 것이다.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 당신은 시험장을 나섰다. 후련하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하고, 걱정 또한 들 것이다. 과연 내가 문제를 잘 푼 걸까? 혹여나 남들이 나보다 훨씬 잘 봤으면 어쩌지? 불안함은 그칠 줄을 몰랐을 것이다.
성적표가 발표된 후의 당신. 한편으로는 가슴이 먹먹했을 것이고, 한편으로는 멍했을 것이다. 그리고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지?
내가 12년을 공들여서 쌓아올린 결과가 고작 이 수능 성적표 한 장이라는 말인가?
이제부터 나의 인생은 어디로 향하는 걸까 걱정이 앞선다. 고등학교 입학 당시에 했던 다짐들은 온데간데없이 오직 당신은 성적표에 적힌 숫자들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이것이 나의 위치다. 이것의 나의 가치다. 이것이 나의 전부다.
당신이 수시로 대학을 왔을지, 정시로 대학을 왔을지, 아니면 그 이외의 경로로 대학에 발을 들이게 되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대학 입시를 경험해 본 새내기라면 이 험난한 과정을 뼈저리게 겪어냈을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을 영글러에게 한 가지 질문을 하고 싶다.
‘과연 당신은 대학교에 들어올 자격을 갖췄다고 생각하고 있습니까?’ 자격이 있든 없든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다. 저 위의 이야기는 모두 당신이 겪어 내온 3년간의 거대한 서사시였다는 것이다.
누구보다도 치열했고, 그래서 찬란하게 빛났던 3년이다.
그 시간을 오롯이 버텨온 당신은 새내기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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