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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한국인이 잘 먹지도 못하는게 한식이라고? 그건 '한'-'식'이 아니지

오피니언

by 대학매거진 영글 2019. 9. 19.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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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식의 세계화: 진정한 한식의 도약인가?


2017년을 그래도 한번쯤은 기대를 가져보자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한 5년 전쯤 말입니다.

올해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왜냐하면 한식이 세계 5대 음식으로서의 자리를 잡게 되는 위대한 해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으로부터 9년 전, 농림수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에서 한식 세계화를 선포한 것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말이죠.

아니, 미국 한 번 안 가본 사람이 어떻게 한식 세계화가 실패했다고 단정 지을 수 있냐고 물으신다면 먼저 정부에서 원했던 한식 세계화란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이 순서일거 같습니다. 그럼, 농식품부 산하 비영리재단인 한식재단이 발표한 한식 세계화에 대한 정의를 들어봅시다.

우리 음식을 세계인이 즐기는 문화로 만드는 것


이 말이 뭐가 문제냐고요?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정의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21세기에도 아직 나랏님들은 단어에 대한 정의를 19세기에나 쓸법한 것들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문제인거죠. 그러니까 즐기다문화에 대한 정의 말입니다.

그래도 한식 세계화에 뭐가 그리 불만이냐고 묻는다면 먼저 어떻게 나랏돈을 까먹었는지 그 역사를 짧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한식 세계화 사업의 시작은 마치 꽃길만 걸을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 사업은 범부처 차원에서 이뤄졌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이 명예회장으로 활동하여 직접 한식을 만드는 것을 방송으로 찍어 내보내기도 했을 정도로 국가에서 팍팍 밀어줬던 사업이란 말입니다.

책정된 예산도 적지 않은데 2009년 첫해 배정액은 100, 2010년엔 241억 그리고 2011년도엔 325억으로 지속적 증가하였습니다. 한식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추진위원회를 만들었고, 2011년 미국 뉴욕에 표준화된 김치 플래그십 식당을 개점하고 세계 대도시로 확산할 것이란 포부도 밝혔지요. 그러나 이 모든 계획들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게 됩니다.

(아니 그럼 그 받은 돈들은 다 어디다 쓰고?)


325억이 전혀 적은 돈이 아니란 것은 모두 아실 겁니다. 이 돈이면 제가 좋아하는 치킨 집에서 큰맘 먹고 특별 콤보로 치킨을 시키면 1,625,000번을 시켜먹을 수 있는 돈입니다. 이 수량이면 대전 모든 집들 곳곳에 따스한 치느님이 담긴 박스의 온기를 전하고도 남는 양이지요.

이쯤 되면 일본에 카레가 있다면 우리나라엔 아름다운 치느님이 있다고 홍보하면서 치킨을 나눠주는 게 더 세계인들에게 기쁨과 소망, 그리고 누구에게나 닭다리는 2개라는 평등의 사랑까지 알려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지 않았을까 싶네요. 적어도 김치 워리어애니메이션을 김치 홍보한다며 국비를 지원해서 만들고 소리 없이 사라지게 하는 것보단 말입니다.

이쯤 한번 생각해 봅시다. 과연 우리의 문화란 것은 무엇일까요? 적어도 즐기는 문화를 만들려면 한식의 세계화 프로젝트는 이 질문에서부터 시작했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콜로세움도 라 페니체 같은 오페라 극장도 없습니다. 전쟁 통에 사라진 게 아니라 애초에 그런 것들을 만들지 않았거든요.

우리의 문화는 극장문화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저 땅바닥에 선 긋고 판소리를 하던 탈춤을 추던, 함께 즐기면서 노는 것이 우리의 문화, ‘마당문화였습니다. 굳이 무대를 만들어 연출가와 관객을 정할 필요도 없었고 시작은 있었지만 끝이 항상 같은 법은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적어도 놀이판에서 만큼은 모두가 주인공이었고 무대는 대중의 것이었습니다.

결국 한식 세계화가 실패한 것은 무대를 소수의 사람들이 독점해서 계획대로 그들의 이상향을 만들려 했기 때문입니다.

설마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아직도 그 옛날 한강의 기적을 다시 바랬던 것일까요?

그저 투자를 하면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 것일까요?

문화란 것이 절대 정부에서 주도해서 만들어 질 수 없는 것이란 것을 우린 이미 겪었으면서도 왜 다시 실패의 길을 반복하는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극단적으로 그런 것이 가능했더라면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이미 우리나라를 식민지화하고도 남았을 것입니다. 문화란 것이 그리 쉽게 만져지고 다룰 수 있는 것이라면 말이죠. 그리고 우린 분명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무력으로 바꾸려 한다 해도 바꿀 수 없는 것이 있고 바꿔지지도 않는 것이 있다 이겁니다.

먹는 것은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 기차타고 서울 올라가서 3시간 길을 헤매서 맛집을 찾아가는 저로선 이젠 한식도 그런 맛집이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추억과 이미지를 함께 먹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해 없이 당장 우리끼리도 즐겁게 즐기지 못하는 문화를 세계에 내놓는다면 그것이 그들에게 이해될 수 있을까 의문입니다.

국밥의 명물은 역시 순대국밥

언제부터 우리들이 정갈한 식당에서 고급지게 차려진 한식을 먹었으며 언제부터 붕어빵은 하나에 만원씩이나 했을까요. 차라리 남문광장에서 맥주병 들고 가서 치킨 시켜먹으면서 친구들과 노는 것이 우리에겐 익숙하고 12첩 반상은 기대 하지 않아도 돈 없고 배고플 때 24시간 언제나 우릴 반겨주는 순대국밥 집이 우리에겐 더 친숙합니다.

한식을 고급화 시키고 널리 알리려면 먼저 내부경쟁력을 키워야 했고 정부는 그저 내부 경쟁이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게, 그리고 경쟁을 장려하면서 올바를 방향으로 나갈 수 있게 아웃라인만 잡아 주어야 했습니다. 그러면서 더 소비자들의 욕구와 밀접한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했고 그것들을 우리가 먼저 찾고 대중들이 즐기게 될 수 있을 때, 바로 세계화의 시작이 됐어야 했습니다.

우리 스스로 살아 움직이는 문화를 만드는 것에 힘을 기울였다면 우리가 찾아가지 않아도 손님들은 찾아 왔을 것입니다. 굳이 유명 해외 톱스타에게 몇 억씩 주면서 장바구니를 찍을 필요도, 다큐멘터리를 찍을 필요도 없으며 두유 노우 김치라고 물을 필요도 없었습니다.

어설픈 애니메이션은 이제 더 이상 보고 싶지도 않고요.

글쎄요. 언젠간 친구들이랑 부담 없이 제대로 된 한식을 맛집으로 검색하는 날이 올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마트에선 국간장, 조선간장 외에도 양념간장, 비법소스들을 사는 날이 다가 오리라고 믿습니다.

그러니까 언젠간 말이죠. 더 이상 끼니를 채우기 위한 국밥이 아니라 국밥도 국밥다운 뚝심이 담긴 그런 음식을 먹을 날이 오길 기대합니다. 그런 날이 빨리 오길 기다리며 오늘은 또 뭘 먹어야 하는 걱정을 하며 이만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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