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손가락은 움직일 수 있어, <벌새(2019)>
는 은희의 시선으로 1994년을 보여준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뿐인 은희의 시선이지만 그 정서는 은희만의 것이 아니다. 은희에게 달려오는 크고 작은 사건들은 중학교 2학년이 이해하기 버겁다. 가족, 단짝친구, 남자친구, 학교 후배, 학원 선생님은 은희와의 대면에서 각기 다른 감정을 만들어낸다. 단 한 구석도 같은 점이 없다. 이어지지도 않는 두 시간의 사건을 마주하며 관객은 은희를 공감한다. 똑같은 경험은 하지 못했을지라도 똑같은 감정은 꺼내올 수 있다. 94년의 은희만이 아닌, 74년, 84년, 04년, 14년의 은희로 돌아간 관객은 다시 이해할 수 없었던 세상을 떠올린다. 세상이 은희를 때리는 느낌이다. 저 사람들은 왜 이러는지 알 수 없다. 불합리한 사회의 단면은 은희를 침묵하게 만든다. 세상이 ..
문화예술
2020. 3. 13. 2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