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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따스함과 긴장감 사이의 색 - 나만의 색깔을 찾는 삶, <벌새(2019)>

문화예술

by 밍기적아이(MGI) 2020. 3. 13.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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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새 영화포스터

사람들은 다양한 색깔의 삶을 살아간다.

색에는 다양한 의미가 담겨있다. 빨강은 뜨거움과 위험, 초록은 안정감과 청량함 등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영화 <벌새>에서 보여주는 주인공 은희의 삶은 어떤 색깔인가?

은희의 세상은 노란색을 지녔다. 노란색은 두 가지의 색으로 표현할 수 있다. 빨강색과 초록색이 섞인 색. 그것이 그의 세상의 색깔이다. 영화는 이런 두 가지 색상의 세상을 놓치지 않고 보여준다. 그는 오늘도 노란색 가방을 매고 등교한다.

학교생활을 하는 그는 즐거워 보이지 않는다. 친구들이 쳐다보자 마치 말을 걸지 말라는 듯이 책상에 엎드린다. 밖에서의 그의 모습은 꽤나 달라 보인다. 하나뿐인 친구와 놀 때, 좋아하는 그림을 그릴 때만큼은 다른 사람처럼 환하게 웃는다. 그의 세상은 꽤나 다른 색을 띄고 있지만 주인공 은희는 모두를 몸에 지닌 삶을 살아간다. 빨강색과 초록색을 모두 지닌 벌새처럼 말이다.

벌새 스틸컷 중에서

은희는 위협적인 색을 벗어나지 못한다. 학교에서 돌아온 은희는 갑자기 생긴 혹을 발견한다. 그는 혹이 느껴졌지만 불편하다는 감정만큼은 느끼지 못한다. 그 사이 혹은 그의 문제만큼 점점 커져만 간다. 1990년대 당시 가부장적인 아버지, 가정 속에서 자란 그는 오빠에게 맞는 것이 익숙하다. 집 안에서 그는 그저 이름 없는 ‘야’로 불릴 뿐이다. 당신은 이름이 없는 삶을 살아 본 적이 있는가.

우리는 살아가면서 종종 이름을 잃는다. 누군가는 한 가정의 어머니로, 누군가는 어느 직책의 사람으로 살아가며 말이다. ‘나’로서 인정받지 못하는 삶은 그의 삶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익숙해졌다.

영화 후반 영화는 우리의 삶의 방식을 되묻는다. 그 사이에 그는 과연 성장하고 있었을까? 아니다. 그의 생활은 바뀐 것이 없다. 오빠한테 그렇게 당해도. 좋아하는 선생님이 죽어도. 그는 오늘도 똑같은 밥상에 앉는다.

벌새 스틸컷 중에서

영지는 은희에게 초록빛 세상을 보여준다. 영지는 다른 사람이 보면 불성실하고 특이한 사람이다. 툭 하면 잠적을 하고 제멋대로 인 점이 그러했다. 하지만 은희에게는 달랐다. 영지는 영화 내내 은희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다.

길을 지나다가 은희는 노동조합 현수막을 보고 말한다. “불쌍하다” 그를 본 영지는 “그들을 알지 못하니 함부로 동정할 수 없어”라고 말한다. 영지는 확실히 다른 사람이다. 영화 속에 나오는 사람들과는 말이다. 영화를 보는 당신은 둘 중 누구의 입장이었는가?

아마 대다수가 은희의 입장에 서 있었으리라. 영지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물음과 답을 우리에게 또 은희에게 알려준다. 그는 그때서야 멍한 표정을 짓는다. 그에게 영지는 차가운 사람들 속 새롭고 따스한 세상이었던 것이다. 그는 영지를 만난 후 오빠에게 맞서기도 하며 자신의 삶에 변화를 가져온다.

영화 <벌새> 촬영 현장

하지만 그의 세상을 바꾸기엔 부족했던 것일까. 영화 마지막 영지는 사고로 인해 죽는다. 은희는 자신이 싫어져 손가락을 움직여본다. 따스한 햇살이 있던 화창한 날 그는 가만히 눈물을 흘린다. 그렇게 그의 또 다른 세상이 끝난다.

영지는 영화를 끝내며 우리에게 질문한다. 어떻게 사는 것이 맞는 것 일까? 필자는 이 질문에 ‘나’대로 살라고 답하고 싶다. 노란색은 긴장감과 따스함의 모순이라고 불린다. 영화는 끝까지 주인공을 노란색의 틀에 가둔 채 끝이 난다. 그는 삶의 답을 찾았을까.

그는 어쩌면 이 두 가지의 세상을 모두 인정해 버린 채로 머물러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은 어떤 색깔의 삶에 갇혀 사는가? 영화 속 주인공도 언젠간 누군가가 정해준 색이 아닌 자신의 색을 찾아나가길. 영화를 본 당신도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나가길 바란다.

한나경
편집 조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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