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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장의 눈] 사이드 프로젝트 <으능정이 부루어리>

오피니언

by 미아스마 2021. 3. 12.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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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 프로젝트는 '직장을 다니면서 취미로 다른 일을 함께해보는 것'이다.

단,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업무시간에는 100퍼센트 이상 업무에 몰입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바로 퇴근시간 이후 개인 시간에 다양한 도전을 하는 것이다.

나에게 으능정이 부루어리는 술을 좋아하는 선후배들이 모여 함께 술 만들고, 술을 먹는 “취미 모임” 이다.


으능정이 부루어리의 시작

갓 전역한 복학생이었던 2014년, 나는 담금주 담그는 것을 좋아했다. 그중 몸에 좋다는 야관문이라는 약초로 담금주를 담그고, 지인들에게 선물을 줬다. 지금 생각하면 작은 성의였지만 선물을 받은 지인들의 기뻐하는 모습에 술을 담그는 취미가 생겼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20년 2월 어느 날.

대학 선·후배들과 함께 “우리가 먹을 술은 우리가 직접 만들어보자!”라며 함께 술 모임을 만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굉장히 단순하게 도전했다. 영국에서는 토스트를 만드는 공정에서 버려지는 식빵 모서리를 사용하여 맥주를 만든다길래 “빵 하면 성심당이지!”라고 생각하여 맥주 키트를 구입하고 성심당 빵을 사용하여 만들어 보았다. 생각보다 맛있어서 주변에 나눔을 했고, 먹어본 모두가 너무 맛있어서 실제로 판매하면 사서 먹을 의향이 있다고 했다. 그냥 예의상 한 말일 수도 있지만, 꽤 큰(?) 용기를 얻었고 조금은 진지하지만 재미있게 모임을 지속해 나갔다.

이후에는 버려지는 두부 박스에 스펀지를 넣어 묘삼을 심었다. 그 위에 식물용 전구를 설치하여 수시로 물을 뿌려줬더니 삼이 잘 자랐다. 이 삼으로 술을 담그니 꽤 그럴 듯한 모양이 나왔다. 유튜브를 보고, 원데이 클래스를 다니며 누룩 만드는 방법, 막걸리를 빚는 기본 강의를 듣고 다양하게 시도해 보았다.

버려지는 과일을 갈아서 고두밥과 섞으면 누룩 대용으로 가능할 것 같아서 시도해보았고 그 결과 진짜로 썩어버려서 한동안 집에 바퀴벌레가 들끓었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한구석에 모여있는 커피 가루를 보며 “커피도 콩류인데 메주처럼 발효가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서 누룩을 만들어 보았고 여러 차례 시도 끝에 나름의 황금비율을 찾게 되었다.


작은 도전과 작은 실패


이렇게 주말을 이용해서 많은 시도를 해보고 나름의 작은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다가 중소기업벤처부 로컬크리에이터 사업공고를 보고 우리의 이런 도전을 검증해보자는 의미로 지원했고 당당하게 선정되었다. 국가에 지원금도 받았으니 점점 실질적인 공간의 필요성을 느꼈고 은행동 상인회장님께 공간의 필요성에 대해서 말씀드리자 상인회 건물의 작은 공실을 내주셔서 그곳에서 많은 도전과 실패를 했다.

우연히 중소기업벤처부 로컬크리에이터 사업 발대식에 초대받아 당시 박영선 장관님 앞에서 아이템 설명을 하게 되었고 그 설명을 듣던 소상공인 방송 담당자분께서 이후 연락을 주셔서 상인회와 청년상인의 상생 사례로써 우리의 사례를 카메라에 담아주셨다. 이렇게 우연이 하나씩 쌓이다 보니 대전에서 나름 유명한(?) 로컬 크리에이터가 되어있었다.


대전에서의 가능성을 찾다


으능정이 부루어리 프로젝트를 하기 전부터 나는 서울 강남역 인근에 있는 <전통주 갤러리>를 자주 방문했다. 코로나 19가 생기기 전 전통주 갤러리에서 매달 시음회에 참석하고 찾아가는 양조장 등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찾아가는 양조장에 지정된 전국의 많은 양조장이 술 만들기 체험, 시음회 등을 진행하고 전통주를 좋아하는 분들은 전국의 양조장을 여행 다니며 도장을 찍는다. 이렇게 스탬프를 다 찍으면 전통주 갤러리에서 작은 선물을 주는데 이런 형태의 관광은 술을 좋아하는 매우 매력적이었다.

특히 찾아가는 양조장 방문 겸 겸사겸사 그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들의 후기를 보며 대전에도 이런 양조장이 생겼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다. 아직 면허도, 양조장도 없지만 체험행사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사례들이 쌓여 대전시 토토즐페스티벌 유튜브 채널 토토 TV에 출연하게 되어 개그우먼 오나미 님과 함께 촬영의 기회를 얻었다.

대전에서는 아무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더 주목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다들 대전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인식이 있지만 사실 그렇기에 무엇이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곳이 대전이다.


공간도, 시설도, 정말 아무것도 없다면?


으능정이 부루어리 프로젝트를 하며 “양조 시설이 없는데 어떻게 진행했어요?”라는 질문을 많이 들었다.

처음에 정말 아무것도 없을 때는 집에서 만들었고 후에 은행동 상인회의 공실에서 진행했다. 주방시설의 경우에는 대전시 대덕구청 청년 공간인 <청년 벙커>공유주방을 예약하고 그곳에서 진행했다.

다른 지역은 잘 모르지만 적어도 대전은 이런 공유공간들이 정말 잘 만들어져 있다. 적어도 대덕구의 <청년 벙커>와 동구의 <동구동락>은 주방시설이 매우 잘되어 있어서 이런 작은 도전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시와 구에서 운영하는 많은 공유공간은 각 공간마다 특징을 잘 살리고 있어서 어떤 작은 도전을 하기에도 부족하지 않다.


사이드프로젝트 으능정이 부루어리


나에게 '으능정이 부루어리'는 여전히 사이드 프로젝트이다. 최근에는 주말만을 이용해서 진행하고 있고 여전히 작은 도전과 실패를 계속하고 있다.

왜 계속 사이드 프로젝트로써 하고자 하는가?

국가에서는 창업을 장려하지만, 창업을 했을 때 대표자가 얻는 리스크는 매우 크다. 하지만 직장에 다니며 업무시간에는 직장에 온 힘을 다하고 쉬는 시간을 이용하여 다양한 도전을 해보는 것은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애플의 창업자들(스티브 잡스, 티브 워즈니악, 로널드 웨인)도 직장을 다니며 사이드 프로젝트로 애플을 시작했다.

구글의 직원들은 사이드 프로젝트로써 구글 애드센스를 개발하여 구글의 서비스로 런칭하였다.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세계적인 서비스, 기업이 나온 사례는 적지 않다.

로컬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어떤 지원, 정책이 필요하나요? 라는 질문을 받을 때 나는 늘 “정책, 지원보다는 도전과 실패가 자유로운 문화가 필요하다”고 대답한다.


으능정이 부루어리는 단지 실패를 즐기면서 정말 취미로 했기에 가능한 성장이었다. 더운 여름 과일을 갈아 술을 담그다가 어느새 바퀴벌레가 들끓기도 하고, 발효가 덜 된 술을 담았다가 병이 터져서 사무실에 초파리가 들끓기도 하였지만, 그 과정도 재미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도전을 통해서 유의미한 데이터를 쌓아가고 배움이 있으면 그 프로젝트가 실패하더라도 개인과 팀은 성장할 것이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본업에서 더 좋은 결과물을 도출할 것이다.

이렇게 많은 도전을 통해 내가 성장하고 조직이 성장하며 결과적으로 우리 공동체가 같이 성장하지 않을까?


글ㅣ황주상 대전광역시 청춘너나들이 센터장
편집김민우, 노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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