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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 <가장 따뜻한 색, 블루(2013)>

문화예술

by 밍기적아이(MGI) 2020. 3. 22.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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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이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머리 모양과 귀걸이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스틸컷 중에서

영화의 시작, 아델은 풀어헤친 머리 위에 모자를 쓰고 학교에 간다. 하지만 학교로 들어가는 아델은 모자를 쓰지 않고 머리를 질끈 묶고 있다. 묶인 머리 사이로 튀어나온 옆머리는 아델과 함께 움직이고 불편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아델을 가리고 있기도 하다. 집으로 돌아온 뒤, 침대에 앉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때 아델은 머리를 푼다. 아델은 사람들 앞에서 늘 머리를 묶고 있다.

아델에게 머리 모양은 자신을 가리는 방법이다. 늘 머리를 묶고 옆머리로 자신을 가려 드러나지 않게 할 때도 있다. 아델이 다른 사람 앞에서 머리를 푸는 것은 자신을 보여주는 방법이다.

아델이 처음으로 다른 사람 앞에서 머리를 푼 것은 토마스와 관계를 나눌 때다. 아델은 토마스에게 호감을 느끼고 그와 관계를 맺는다. 관계 이후 사랑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머리를 풀고 관계에 임한 모습은 아델이 그에게 진심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스틸컷 중에서

아델이 처음으로 머리를 푼 채 밖에 나와 있던 것은, 엠마와 함께 미술관에 갔을 때다. 이후 함께 공원에 간 아델은 머리를 엠마의 반대편으로 넘긴다. 아델과 엠마 사이를 가리는 머리카락이 없도록 완전히 넘긴다. 아델은 엠마에게 가려지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아델은 엠마의 그림을 처음 받았던 공원에서 같은 벤치에 앉아있다. 자신을 가렸던 머리를 풀어 헤친 채, 엠마와 키스를 나눈다. 아델과 엠마 사이의 빈틈은 둘의 입술이 만나며 가려진다. 빛조차 새어나올 수 없는 둘 사이의 키스를 나눈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스틸컷 중에서

엠마와 관계를 나눌 때 역시, 늘 아델은 머리를 풀고 있다. 아델은 엠마가 밖에서도 머리를 풀 수 있도록, 자신을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도록 도왔다.

엠마가 처음 아델을 그린 날, 아델은 머리를 묶은 채 옆머리에 자신을 가린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하지만 엠마의 그림 속 아델은 머리로 자신을 가리지 않고 당당히 정면을 응시한다. 이후 엠마의 모델인 아델과 아델이 그린 아델은 모두 얼굴을 가리지 않고 머리를 풀어 헤친 모습이다. 엠마의 그림 속 아델은 언제나 당당한 모습이다. 그리고 그것이 엠마가 사랑한 아델의 모습이다.

아델은 엠마와 사랑을 시작한 뒤 머리카락으로 자신을 가리지 않는다. 다른 사람과 거리를 두지 않고 직면한다.

헤어진 엠마를 다시 마주할 때, 아델은 다른 머리 모양으로 자신을 더 드러낸다. 머리를 반만 묶어 옆머리로 가려지지도 않고 뒷머리를 숨기지도 않는 머리 모양.

아델은 사랑과 이별을 통해 자신을 표현할 방법을 알아 간다. 앞으로도 성장하고, 더욱 아름다워질 것이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스틸컷 중에서

아델은 특별한 날, 귀걸이로 자신을 표현한다. 수정 귀걸이와 링 귀걸이다.

토마스와 처음 데이트하는 날, 아델은 수정 귀걸이를 낀다. 베아트리스와 키스한 다음 날에도 수정 귀걸이를 끼고 학교에 온다. 아델에게 수정 귀걸이는 상대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도구다.

하지만 엠마와 만날 때 아델은 귀걸이를 끼지 않는다. 엠마와는 자신을 드러내려 노력하지 않아도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었다. 엠마와 헤어지고 다시 만날 때 아델은 수정 귀걸이를 낀다. 하지만 엠마는 더 이상 아델을 사랑하지 않고 돌아선다.

엠마의 홈파티에서 아델은 링 귀걸이를 낀다. 유치원 학예회에서도 링 귀걸이를 낀다. 아델에게 링 귀걸이는 격식을 차리는 용도로 사용된다.

엠마와 헤어지고 전시회를 찾아갈 때, 아델은 수정 귀걸이가 아닌 링 귀걸이를 낀다. 아델이 엠마를 잊고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스틸컷 중에서

 영화는 아델의 성장을 엠마를 통해 보여준다. 엠마는 아델에게 자신을 솔직하고 당당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아델의 표현 방법은 머리 모양과 귀걸이로 같다. 하지만 성장한 아델이 어떤 머리 모양을 하고, 어떤 귀걸이를 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아델이 또 누군가를 만나 어떻게 성장하게 될지도 기대 된다.

우리는 아델이 자신을 알아가고 성장하는 과정을 본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의 성장으로 비춰진다. 영화는 우리에게 말한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 아름답고, 성장하고 있으며 더욱 아름다워질 것이라고.

 

조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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