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람은 살아있도록 저주받았다" : 홍상수, 「풀잎들 (2018)」 (하)
풀잎들은 뿌리내린 곳을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인물들도 골목을 벗어나지 못한다. 나갔지만 다시 돌아오고 만다. 카메라는 골목 밖을 나가지 않는다. 마치 풀잎처럼 자신의 준거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풀잎의 시선은 온도를 잃었다. 그 시선은 색을 잃었다. 그렇기에 되찾으려고 한다. 여기 인물들을 무엇인가를 잃었다. 아름은 사랑에 대해 장광설을 늘어놓고 경수는 같잖은 수작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의 동기는 그들의 과거에 대해 호기심을 불러오게 한다. 인물들이 입으로 지나치거나 혹은 이상하다고 표현되는 행동은 그러할 만한 과거를 짐작하게 한다. 하지만 과거는 묘사되지 않는다. 과거는 나이테와 같다. 설터의 말을 빌리자면 나무에 있는 나이테처럼, 삶은 흉터로 나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무가 나이테를 ..
문화예술
2019. 9. 6.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