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노래하듯이 오해하듯이", 이장욱 : 《정오의 희망곡》
"빗나가는 화살같이" 나는 소문이기 때문이다 근하신년 -코끼리군의 엽서 너에게 나는 소문이다. 나는 사라지지 않지. 나는 종로 상공을 떠가는 비닐봉지처럼 유연해. 자동차들이 착지점을 통과한다. 나는 자꾸 몸무게가 제로에 가까워져 밤새 고개를 들고 열심히 너를 떠올렸다. 속도 자체는 아무것도 아니야. 사물과 사물 사이의 거리가 있을 뿐. 나는 아무 때나 정지할 수 있다. 완벽하게 복고적인 정신으로 충만하고 싶어. 가령 부르주아에 대한 고전적인 적의 같은 것. 나를 지배하는 기압골의 이동경로, 혹은 저녁 여덟시 홈드라마의 웃음. 나는 명랑해질 것이다. 교보문고 상공에 순간 정지한 비닐봉지. 비닐의 몸을 통과하는 무한한 확률들. 우리는 유려해지지 말자. 널 사랑해. ‘너’에게 ‘나’는 소문에 지나지 않는다. ..
문화예술
2019. 9. 7. 2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