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부터 소규모 인수합병(Micro M&A) 서비스의 가설검증을 시작했다. 지난 1월 포스팅(https://www.hashu.kr/541)에서는 소규모 인수합병 서비스가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소규모 인수합병 생태계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난 10년 동안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10년 전 SK텔레콤에서 9건의 기술이전(Ring-back-Tone)을 통해 기술사업화에 도전했다. 당시 20대 중반의 학생이었기 때문에 겁도 없었고, 성공에 대한 야망이 있었다. 사업아이템은 '통화대기시간 광고를 듣고, 통신비를 할인받는' 모바일 음성광고 리워드앱이었다. 이 서비스가 내가 첫 번째로 경험한 EXIT(기업청산)이다. (언론에 등장하는 수천억, 수백억 규모가 아니다. 수십억 규모도 아니다.) 비교적 작은 규모인 억대 규모로 회사를 청산하였다. 당시 벤처캐피털협회에서 VC교육을 받으며, 청산절차를 진행하느라 무척 분주했던 기억이 있다(...) 삼도회계법인의 도움을 받아 청산절차를 진행하였다. (류호열 회계사님 감사합니다). 당시 투자자로 참여해 주신 현대백화점그룹(현대 HCN, 현대미디어)등에 많은 자본이익을 돌려드리지 못해 송구한 마음이 있다.
출시 2주 만에 10만 고객을 달성하였으나, 적자기업이었다. 메인 수익모델이었던 음성광고는 500만 고객을 확보한 BEAT가 무너지며 함께 타격을 받았다. CPC, CPI 외 일시적인 수익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지속가능성을 확신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회사는 혁신성을 인정받아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한국거래소 자본시장(KSM)에 등록하였으며, 국가대표 스타트업(K-Global 300)으로 지정받기도 하였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께서 사무실에 방문하셨으며, 마지막 투자협상(금융계 VC)을 진행했을 당시 기업가치를 120억 원으로 협상하였다. 지금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비현실적일 수 있는 '스타트업 낭만의 시대'였다. (다만, 대표이사 연대보증이 관행으로 존재하던 시기이다.) 우리는 투심을 거치며 투자금을 태워서 승부를 볼 것인지, 멈출 것인지 결정해야 했다. 그리고 나는 백기를 들었다.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 묘책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돈이 부족하지는 않았지만 회사를 휴업했다. 소중한 투자금을 의미 없이 소진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동안 미뤄둔 학업을 마치고 잠시 연구원으로 근무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벤처캐피탈리스트협회에서 VC양성과정 교육을 받던 중 인생의 멘토이자 든든한 언덕이 되어주신 개인 투자자께 주례를 요청드렸다. 그리고 투자자들의 배려로 잔여자금을 청산하였다. 나는 배당금을 함께 고생한 공동창업자와 반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이듬해 우리는 오랜 후원자가 되어주신 투자자와 다시 사업을 시작했다. (투자자에게 인수합병된 케이스로 대주주는 변경되었지만, 인적구성은 그대로 이어졌다.)
인재인수를 뜻하는 애퀴 하이어(acqui-hire)는 인수를 뜻하는 ‘애퀴지션(acquisition)’과 고용을 뜻하는 ‘하이어(hire)’를 더한 합성어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인수·합병(M&A)을 뜻한다.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빅테크 출신 개발자 팀에는 종종 제안이 있는 편이다. 우리는 특이하게도 새로운 회사를 창업하며 특정 아이템을 정하지 않았다. 매주 만나며 해외 동향을 리서치했고, 최종적으로 채용 인더스트리의 스페셜리스트인 오너의 의견에 따라 지원자 추적 시스템(applicant tracking system, ATS)을 시작하였다. 지원자 추적 시스템은, 채용 프로세스를 최적화하는 서비스이다. 다양한 경로로 수집되는 채용데이터를 통합관리하는 서비스를 개발하였다. 당시 대형 채용사이트 한 곳과 지원자 데이터 크롤링 관련 분쟁을 겪으며 사업 초기 많은 난황을 겪었다. 우리는 가설검증에 실패했고, 다시 흩어졌다.
그 덕분에(?) 공동창업자는 20대 초반 의대생이 창업한 작고 영세한 회사의 개발을 틈틈이 도와줄 수 있었다. 완전히 망하고 난 이후에는 정식으로 합류(VPE)하여 서비스 개발을 이끌었다. 이 서비스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는데 크게 기여한 비대면 진료 서비스 1위 '닥터나우'이다. 현재는 2,000억 원대 기업가치로 500억 이상 투자를 유치하였다. 공동창업자는 다음 달 스톡옵션을 행사한다. 그리고 주식 보상의 절반을 나와 나누겠다고 하였다. 창업공신이기에 꽤 많은 보상이 책정되어 있다. 이 동네에서는 가끔씩 이런 낭만적인 일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똑똑한 멍청이들은 계산기를 박살 낼 줄 모른다.) 공동창업자와 나는 평생을 함께 자라왔고, 내가 창업했을 때 전재산과 인생을 배팅해 주었다. 강력하고 믿을 수 있는 동료와 위대한 여정을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스러웠다.
당신은 위기의 상황에서 목숨을 바쳐 함께 싸울 전우가 있는가?
0에서 1을 잘 만드는 사람도 있지만, 1에서 10을 잘 만드는 사람도 있다. 우리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전자에만 초점이 맞춰 있지 않은가를 돌아보아야 한다. 개발 역량과 사업화 역량이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정부지원사업으로 엄청나게 많은 제품과 서비스들이 출시되고 있다. (그리고 매년 똑같은 제품과 서비스의 개발이 반복된다.) 가장 보편적인 스타트업의 성공방정식은 PMF(Product-Market Fit)를 검증하는 것이다. 이미 만들어 놓은 제품과 서비스를 인수하면 사업검증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소규모 인수합병 생태계 조성이 필요한 이유이다. 아래는 내가 관여한 소규모 M&A 사례를 공유한다.
(사례 1) 창업자 A는 일반인들의 노래를 공개하는 MCN 서비스를 창업했다. 매출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었고, 꽤 주목받는 스타트업이었다. 다만, A는 대기업 전략팀에서 일하던 경험이 있었고, 자신에게는 더 큰 규모의 시장으로 뻗어가고 싶다는 야망이 있었다. 나는 당시 대중음악 회사의 연습생으로 있던 예비창업자 B를 소개했다. A는 B가 설립한 회사의 주식 일부를 취득하고 서비스를 양도했다. A는 정든 서비스를 접는 상실감을 극복하고, 투자자(현물) 포지션으로 많은 도움을 주었다. 물론 이 사례가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B는 현재 다른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MCN 서비스를 인수하여 운영해 본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A는 MCN 서비스를 B에게 매각하고, 새로운 창업을 시작하였다. 현재 Pre-A 투자를 유치하고, 스타트업 생태계의 주요 구성원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인수합병생태계의 활성화는 창업가의 성장을 촉진할 뿐 아니라, 중단할 용기와 시작할 계기를 마련하는데 도움이 된다. (사례 2) 지난달 피투자사 한 곳에 M&A 제안이 들어왔다. 이곳은 IP비즈니스를 영위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이다. 구체적으로는 '발달장애인 예술가의 디자인을 라이선싱하여 로열티를 지급한다.' 매출처는 학교, 복지관 등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보유하고 있다. 인수합병을 제안한 곳은 '지역 기반 SI회사의 신규 자회사'로 100% 지분 스왑 형태로 '인재 인수' 목적의 소규모 합병을 제안하였다. 실익이 없기에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코멘트드렸다. 위와 같은 사례가 반증하듯 소규모 M&A 사례는 도처에 산재되어 있다. 통합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스타트업 생태계의 질적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사례 3) C박사님께서 정출연 퇴직금 5억 원과 투자금 3억 원을 투자하여 운영한 회사를 6개월 전 폐업하셨다. 박사님은 2주 전 정부지원사업 평가장에서 동료 평가위원으로 만났다. 당시 평가위원장으로 위촉되어 이틀 동안 창업기업 심사를 하였고, 다른 평가위원분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친분을 쌓을 기회도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분이 반년 전 폐업한 회사에서 만든 서비스가 현재 내가 멘토링하고 있는 회사에서 만들려고 하는 서비스였다. (정부지원사업을 평가하다 보면 많은 창업기업들이 이미 존재하는 제품을 수천, 수억 원을 들여서 새롭게 만든다. 세금 효율화 측면에서 SW자원순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박사님께서는 자식 같은 서비스가 사라지지 않고, 이어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현금+주식 형태로 인수를 제안드렸고, 매도자가 투자자(현물)로 포지셔닝할 수 있도록 제안드렸다. 다음 주 월요일 매수자(멘티)가 대전으로 올라와 협상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자 한다.
(사례 4) 창업 초기. 나처럼 죽도록 일할 사람이 필요했다. 그래서 고향에서 세 명, 스타트업 대표 네 명을 팀원으로 영입했다. 우리는 반지하 숙소에서 햇빛도 못 보고 먹고, 자고, 소처럼 일 했다. 그렇게 악착같이 버티면서 조금씩 성장해 갔다. 반지하 숙소에 방문한 투자자는 그 자리에서 즉시 투자를 결정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이후로도 꽤 오랜 기간 숙소생활을 이어나갔다.) 창업자 출신들은 오랜기간 함께 일하진 않았지만, 초기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들의 영향으로 창업자의 동업과 합병에 대하여 긍정적인 경험을 갖게 되었다.
대학원 선배가 박사과정 중 교수님과 함께 집단지성을 이용한 기술가치평가 서비스를 개발하여 창업하였다. 오늘 AI 기술가치평가 모델에 대하여 논의하였고 협력하기로 하였다. 산자부 가치평가 모델을 적용하여 개인 간 소액거래의 경우에는 AI가치평가를 도입함으로써 가격을 낮추고, 효율성을 높여 시장을 활성화하고자 한다. 50만 원짜리 APP을 파는데 가치평가 비용이 500이 발생한다면 시장이 활성화될 수 없다. 낮은 가격은 AI로 자동화하고 고가의 제품은 전문가와 회계법인 참여형태로 전문화하여 인수합병 생태계를 활성화하고자 한다. (회수시장 조성이 전제되어야 도전의 물꼬가 터질 것이다.)
*위에서 자세히 언급한 바와 같이 나는 성공한 창업가는 아니다. 다만, MICRO EXIT이라는 주제에 부합하는 경력을 지난 10년 동안 축적해 왔다. 매각, 상장, 인수합병, 기업청산 네 가지 모두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였으며 '스타트업 회수시장 조성'에 대한 비전을 가진 오랜 동료의 요청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 가설검증의 목표는 6월까지 마이크로 M&A 사례를 6개 만드는 것이다. 협력/판매/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언제든지 1:1 오픈채팅방으로 연락 주시길 바란다.
✅ https://open.kakao.com/o/sU7R0Xf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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